(승희 아파트 집들이에 다녀온 제임스와 영국이는 다음날 다시 사원 휴게실에서 마주쳤다.)

제임스:

어제 승희 씨 집들이 참 재미있었어요. 음식도 맛있었고 분위기도 아주 좋았고요. 그런데, 음식을 그렇게 많이 차려 놓고도 별로 차린 것이 없다고 해서 좀 우스웠어요.

영국:

겸손으로 그렇게 말한 거지요.

제임스:

미국 사람들은 직설적인데 한국 사람들은 겸손에다^16.8 더 가치를 두는 것 같아요.

영국:

정말 그래요.

제임스:

그런데, 온돌방에서 큰 상에 모두가 둘러앉아 술 마시고 식사하고 이야기하니까 사람들을 개별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할 틈이 생기지 않더군요.

영국:

한국은 원래 그래요. 서양처럼 칵테일을 들고 다니면서 이 사람 저 사람 개별적으로 만나 대화하는 일은 드물거든요.

제임스:

그러고 보면 한국은 집단주의 의식이 강한 것 같아요.

영국:

요즘 젊은 사람들은 서양에서처럼 프라이버시를 주장하면서 다소 집단주의에서 벗어나려고는 해요. 그렇지만 서양에 비하면 아직도 개인주의 의식은 아주 약해요.

제임스:

술을 따를 때도 꼭 나이 순서대로,^16.9 직장 상사부터 차례로 따르는 것도 재미있는 문화예요. 미국에는 그런 순서가 없잖아요.

영국:

그게 바로 옛날부터 내려온 한국 사람들의 수직 문화라는 거지요. 서양 사람들의 수평 문화와는 대조적이 아니겠어요? 손윗사람에게는 두 손으로 술을 따르는 것이나 윗사람이 오면 피우던 담뱃불도 꺼야 하는 것이나 모두 한국 사람들의 머리에 깊이 박혀 있는 수직 문화 때문이지요.